교사가 교실에 딱 맞는 도구를 갖지 못하는 이유는 대개 하나다. 그 도구를 만드는 사람이 교실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한 연구는 이 순서를 뒤집는다 — 교사가 자연어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바이브 코딩'으로 직접 학습 도구를 설계했을 때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8주 동안 추적했다. 이 특집은 그 연구를 정확히 소개하되,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교사가 실제로 만들기 시작할 때 따라오는 대가와 학교가 감당해야 할 조건까지, 검증된 근거로 함께 읽는다.
1. 무슨 연구인가 — 교사 3명, 멘토 4명, 8주
출발점은 Song 등(2026)의 「A Guiding Framework for K-12 Teachers in Creating AI-powered Learning Technologies through Vibe Coding」이다. arXiv에 프리프린트로 공개돼 있으며(arXiv:2607.05406, cs.CY·cs.AI, 2026년 6월 9일 제출), 저자는 Yukyeong Song, Seoyeon Choi, Jinhee Kim, Yeongje Kim, Lauren Weisberg, Jewoong Moon이다.
연구진은 미국 테네시주 동부 농촌의 K-12 교사 3명과 남부 R1 연구중심대학 3곳 소속 교수 멘토 4명이 참여한 8주 온라인(Zoom) 워크숍을 설계했다. 교사들은 무료로 쓸 수 있고 설치가 필요 없는 브라우저 기반 도구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산출물은 중학교 수학용 스토리텔링 게이미피케이션 플랫폼 한 종이었다. 분석은 CORDTRA 상호작용 분석과 사전·사후 인터뷰의 질적 분석을 병행했다.
초록의 핵심 문장은 이렇다. "바이브 코딩은 설계자로서의 교사가 갖는 가치를 증폭시켜, 기술 통합을 개선하는 동시에 AI 리터러시를 기른다. 그러나 이 과정을 지원하는 구조화된 안내가 부족하다." 그래서 제안된 것이 GAIDE(A Guiding framework for AI-integrated Design for Educators)다.
GAIDE는 무엇을 규정하는가
GAIDE는 디자인 씽킹과 INTERACT 프레임워크를 토대로 만들어졌고, 워크숍 결과 다음 순서로 확정됐다.
- AI 이해(Understand AI) — 설계에 들어가기 전에 AI의 작동과 한계를 먼저 파악한다
- 공감·분석 → 교육적 문제 정의 → 아이디어 생성
- 설계(Design) — INTERACT의 구성요소를 채택하되, 실증 적용 결과 '학습 환경'은 빼고 '학습 목표'를 새로 넣었다
- 프로토타입 → 테스트 — 멘토 피드백을 받아 반복 개선
- 윤리적 적용 성찰(Reflect on Ethical Application) — 개발한 도구의 윤리적 함의를 검토하며 AI 리터러시 개발로 순환을 닫는다
여기서 '학습 목표'를 새로 넣었다는 대목이 중요하다. 교사가 도구를 만들 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이 목표이고, 목표가 흔들리면 도구는 기능의 나열이 된다.
분산된 전문성
이 논문에서 가장 인용할 만한 개념은 '분산된 전문성'이다. 저자들의 서술을 그대로 옮기면, 교사·멘토·AI의 상호작용은 "분산 인지 이론에 기반한, 역동적으로 조율되는 분산된 전문성의 체계"이며 그 안에서 "멘토의 증거 기반 지식, 교사의 실천 기반 지식, AI의 생성적 지식이 진정한 교실 실천이라는 상황적 맥락 속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통합되고 계속 재구성된다."
논문은 AI를 도구가 아니라 "교사의 사고 과정을 능동적으로 형성하는 매개적 인공물"로 규정하고, 선행 공동설계 연구를 이렇게 비판한다 — 기존 모델에서는 연구자나 개발자가 설계의 주도자였고 교사의 기여는 영역 지식 제공이나 부분 참여에 그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우리의 프레임워크는 교사의 역할을 공동설계자에서 주설계자로 전진시킨다"고 적는다.
인터뷰 분석 결과는 '수동적 소비에서 AI 기반 학습의 설계자로서의 교사 주도성으로', '대체 도구로서의 AI에서 인간-AI 협력적 교수로', '모호한 인식에서 AI의 능력과 한계에 대한 정교한 이해로' 같은 10개의 변화 서사로 제시된다.
널리 도는 요약에서 바로잡아야 할 두 가지
이 연구를 소개하는 요약이 온라인에 여럿 돌고 있는데, 원문과 다른 점이 둘 있다.
첫째, 미출판 원고가 아니다. arXiv에 전문이 공개돼 있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은 프리프린트이므로 인용할 때 그 지위를 밝혀야 한다.
둘째, '인지적 주도성·교육적 통합력·비판적 윤리성'이라는 3개 차원은 원문에 없다. 이 논문의 분석 축은 GAIDE 단계와 Ng 등(2021)의 AI 리터러시 4영역(AI를 알고 이해하기 / 사용하고 적용하기 / 평가하고 창조하기 / AI 윤리)이며, 결과는 앞서 적은 10개 변화 서사로 제시된다. 3분법은 다른 연구와 혼동된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가 증명한 것과 증명하지 않은 것
정확히 말하면 이 연구는 존재 증명이자 절차 모형이다. 교사가 주설계자가 되는 과정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그때 멘토와 AI가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효과 근거는 아니다. 교사가 3명이고, 비교집단이 없으며, 사전·사후 정량 측정도 없다. AI 리터러시가 향상됐다는 결론은 인터뷰 주제 분석에 근거한 것이지 검정 통계치가 아니다. 참여자는 미국 대통령 AI 챌린지 출전을 준비하던 고동기 자원자이고, R1 대학 교수 4명이 3명을 밀착 지원한 조건이었다. 만들어진 플랫폼이 실제 교실에서 학생 성과를 냈는지, 코드 품질과 보안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검사 결과도 없다. 저자들이 결론에 적은 유일한 자기 제약은 "더 많은 사용 사례가 필요하다"는 한 문장이다.
그러니 이 연구는 "교사가 만들 수 있다"의 근거이지 "교사가 만들면 낫다"의 근거가 아니다. 이 구분이 이 특집 전체의 전제다.
2.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 — 한국 교사는 '만드는 쪽'에 서 있다
교사가 도구를 만드는 것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OECD가 55개 교육 시스템을 조사한 TALIS 2024를 보면, 교사의 AI 사용은 이미 '만드는 일'에 쏠려 있다. 가장 흔한 용도는 주제를 학습하거나 요약하는 것(68%)과 수업안·활동을 생성하는 것(64%)이며, 가장 드문 용도는 학생 참여·성취 데이터를 검토하는 것(25%)이다. 즉 교사는 AI를 '분석 도구'가 아니라 '제작 도구'로 쓰고 있다.
한국은 그 경향이 더 강하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정리한 TALIS 2024 국내 결과에서 한국 교사의 AI 활용률은 42.7%로 OECD 평균 36.3%를 웃돌고, 항목별로 보면 '다양한 수준의 학습자료를 수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79.7%로 OECD 평균 51.7%를 28%p 앞선다. 전 항목 중 격차가 가장 큰 지점이다. '수업계획 수립·개선에 도움' 역시 78.4%(OECD 53.0%)다.
동시에 우려도 최상위권이다. 학업 정직성 우려 83.4%, 학생 데이터·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74.7%, 부정확한 내용 우려 71.6%, 편향으로 인한 개념 오해 우려 60.0%. 가장 많이 쓰면서 가장 많이 걱정하는 상태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초·중·고 교사 1,443명과 중·고등학생 7,999명을 조사한 결과(2026년 6월)도 같은 그림을 보여준다. 교사의 ChatGPT 사용률은 82~87%, 학생은 93~96%로 사실상 보편이지만, 교사의 AI 활용 효능감은 평균 2.34점으로 긍정적 태도(3.2점 이상)나 우려(2.9점)보다 뚜렷이 낮다. 쓰기는 쓰는데 잘 다룬다고 느끼지는 못하는 상태다.
국제 표준은 이미 '만드는 교사'를 최상위 역량으로 규정했다
유네스코 「교사를 위한 AI 역량 프레임워크」(2024)는 교사 역량을 5개 영역(인간 중심 마인드셋 / AI 윤리 / AI 기초와 응용 / AI 교수법 / 전문성 개발을 위한 AI) × 3개 수준(획득 Acquire · 심화 Deepen · 창조 Create)의 15개 블록으로 규정한다.
그중 최고 수준인 '창조(Create)'의 정의가 이 특집의 주제 그 자체다. 원문은 이렇게 적는다. "이 수준의 교사는 오픈소스이거나 커스터마이즈 가능한 AI 툴킷을 조합하거나 개조하여, 지역 맥락의 교육적 과제에 맞춘 해법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AI로 창조하기' 블록의 서술도 같다 — "교사는 AI 도구를 능숙하게 맞춤화하거나 수정하여 AI 기반의 포용적 학습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교사가 도구를 직접 만드는 일은 일부 열성 교사의 취미가 아니라, 국제 표준이 정의한 교사 AI 역량의 꼭대기에 놓여 있다. 다만 같은 문서가 밝히듯 2022년 기준으로 교사용 AI 역량 프레임워크나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을 갖춘 나라는 7개국뿐이었다. 최상위 역량은 규정돼 있었지만 그것을 길러 줄 체계는 사실상 없었다는 뜻이다.
한국은 그 체계를 빠르게 만들고 있는 쪽이다. 교육부는 2026년 「인공지능 활용 선도교사 양성 연수」에서 총 10,963명을 모집해 10,268명이 수강 신청했고(초등 44%·중등 56%), 기본 6시간 + 집중 24시간 + 공유 5시간의 총 35차시 과정을 6개 권역 대학 컨소시엄이 운영한다. 주목할 것은 보도자료의 선언이다 — 연수의 근간이 되는 역량 모델을 새로 정립했고, 유네스코 AI 역량 프레임워크(2024)와 OECD 교수 나침반(2025)을 준거로 반영했으며, "특정 인공지능·디지털 도구에 국한되지 않는 범용 연수과정"으로 구성해 "기술 활용이 중심이 된 기존 연수와 차별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역량체계는 3개 영역·7개 역량·21개 행동지표·63개 하위내용으로 구성된다(개별 역량의 명칭은 공개 문서에서 표 이미지로만 제공돼 이 특집에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 교사는 이미 만드는 쪽에 서 있고, 국제 표준은 그것을 최상위 역량으로 규정했으며, 국가는 1만 명 규모의 연수를 돌리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하나다. 만들 수 있게 되면, 정말 괜찮아지는가.
3. 만들 수 있다는 것과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이 특집의 경첩이 되는 발견은 바이브 코딩 사용자 162명을 비개발자·초심자·전문 개발자 세 집단으로 나눠 조사한 연구에서 나온다. 저자들은 이를 '인식-행동 격차(perception-action gap)'라고 부른다. 원문은 이렇게 적는다 — "AI 생성 코드의 위험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널리 퍼져 있지만, 그것을 평가하고 디버깅하고 검증하는 능력은 여전히 경험에 의존한다." 그리고 결론은 더 날카롭다. "바이브 코딩은 부분적으로만 민주화한다. 소프트웨어 창작에 대한 접근은 넓히지만, 그것을 평가할 전문성까지 똑같이 분배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무자 자료 101건에서 1차 행동 진술 518건을 추출한 회색문헌 리뷰는 같은 현상을 '속도-품질 역설'로 정리한다. 사용자들은 속도와 접근성에 이끌려 '즉각적인 성공과 몰입'을 경험하지만 대다수가 결과 코드를 "빠르지만 결함이 있다"고 인식하며, 품질 보증은 자주 건너뛴다 — 테스트를 생략하거나, 모델 출력을 수정 없이 신뢰하거나, 검증을 다시 AI에게 맡긴다. 저자들의 표현이 뼈아프다. "이는 새로운 유형의 취약한 개발자를 만들어 낸다. 특히 제품을 만들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디버깅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자연어로 하니 전공 지식은 필요 없다'는 통념도 흔들린다. 고등교육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한 사전등록 연구에서 글쓰기 능력과 컴퓨터과학 성취도 모두가 바이브 코딩 수행의 유의한 예측 변인이었고, 컴퓨터과학 성취도는 일반 인지능력을 통제한 뒤에도 유의했다. 글쓰기 능력이 예측 변인이라는 점은 교사에게 유리한 자산이지만, 전공 지식이 무의미해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연수 현장의 데이터는 이 격차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독일의 4주 온라인 인증 과정(약 20시간)을 사전-사후로 측정한 연구에서, AI 리터러시는 유의하게 향상됐지만 효과크기는 d=0.37로 작았다. 반면 "AI를 수업에 통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자기 인식은 d=1.65로 폭증했다. 같은 연수, 같은 사람들에게서 '느낌'과 '실력'이 네 배 넘게 벌어진 것이다. 더 시사적인 것은 14개 하위 역량 중 데이터 리터러시가 통계적으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p=0.300)이다. 학생 데이터를 다루는 도구를 만들려 할 때 정확히 비어 있는 자리가 그곳이다.
6개월짜리 통제집단 포함 연수 연구는 한 걸음 더 나간다. 성과를 예측한 것은 자기보고 참여도가 아니라 실제 출석률이었고, 일부 참여자에게서 사후 자기평가가 오히려 내려가는 현상이 관찰됐다. 후속 면담 결과 이는 역량 하락이 아니라 '무의식적 무능'에서 '의식적 무능'으로의 메타인지 재보정이었다. 잘 배운 교사일수록 자기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4. 작동한다는 것과 안전하다는 것 사이
교사가 만든 도구를 학생에게 열어 주는 순간, 판정 기준은 '돌아가는가'에서 '안전한가'로 바뀐다. 이 둘의 간격이 얼마나 되는지는 최근 측정됐다.
실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뽑은 기능 요청 200건으로 에이전트가 작성한 코드를 평가한 벤치마크에서, 기능적으로 정확한 해법은 61%였지만 보안까지 통과한 것은 10.5%였다. 저자들의 문장은 짧다 — "우려스럽게도, 모든 에이전트가 소프트웨어 보안 측면에서 저조한 성능을 보인다." 취약점 힌트를 프롬프트에 넣는 예비 전략으로는 완화되지 않았다.
보안 기업이 100개 이상의 모델에 80개 코딩 과제를 준 실험에서는 평균 보안 통과율이 약 55%, 즉 45%의 경우에 탐지 가능한 OWASP Top 10 취약점이 코드에 들어갔다. 취약점 유형별 편차가 크다는 점이 특히 교실과 맞닿는다 — 암호화 관련은 85.61%로 양호했지만 크로스사이트 스크립팅(XSS)은 13.53%, 로그 인젝션은 12.03%에 그쳤다. 둘 다 '무엇이 사용자 입력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취약점이고, 학생 이름·답안·업로드 파일을 받는 교실용 웹앱이 정확히 그 범주다. 보고서의 진단도 새겨둘 만하다 — "주된 문제는 개발자가 원하는 코드를 얻기 위해 보안 제약을 명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모델 크기별 차이는 0.5%p 남짓으로, 더 큰 모델을 기다리면 해결된다는 기대는 데이터로 부정된다.
균형을 위해 함께 읽어야 할 결과도 있다. 공개 GitHub 저장소에서 AI 생성으로 표기된 파일 7,703개를 정적 분석한 연구에서는 87.9%가 식별 가능한 취약점을 포함하지 않았다. 다만 언어별로 보면 Python 파일의 16~18%, JavaScript의 약 9%가 취약점을 포함했고, 이 둘은 교사가 가장 흔히 쓰는 언어다. 두 결과를 겹쳐 읽으면 정직한 그림이 나온다 — 보안을 요구하지 않으면 절반가량이 실패하고, 실제 코드베이스에서도 여섯 중 하나쯤은 남는다.
실제로 배포된 바이브 코딩 애플리케이션을 분석한 연구는 반복되는 취약 패턴으로 자리표시자 로직, 필터링되지 않은 입력, 비밀정보 노출을 지목한다. 그리고 이것이 모델의 우연한 실수가 아니라 기억 소실, 국소적으로 최적화된 목표, 불충분한 보안 지식이라는 체계적 한계에서 온다고 진단하며, "LLM 능력의 발전과 개선된 프롬프트 전략이 취약점 발생을 줄일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보안 위험을 제거하지는 못한다"고 결론짓는다. '비밀정보 노출'은 교사 제작 도구에서 가장 흔한 실패다. API 키를 프런트엔드에 박아 두는 구성이 그것이다.
더 조용한 위험도 있다. 도메인은 다르지만(건설 안전) 450개 스크립트를 평가한 연구는 '침묵하는 실패' 개념을 제시한다 — 코드가 완벽하게 컴파일되고 실행되지만 계산 논리가 틀린 경우다. 실행 가능성은 약 85%로 높았으나 성공적으로 실행된 스크립트 중 약 45%에서 침묵하는 실패가 나타났다. 게다가 덜 형식적인 프롬프트일수록 AI가 없는 변수를 지어내는 경향이 급증했다. 채점기·계산기·진단 도구를 만들 때 이보다 위험한 실패 유형은 없다. 오류 메시지가 뜨지 않으므로 교사도 학생도 틀렸다는 사실을 모른다.
마지막으로, 실무 경험 보고 하나가 교사 도구의 급소를 짚는다. 생성된 코드는 명시되지 않은 격리 규칙과 인프라 제약을 반영하지 않았다. 다중 사용자 분리, 접근 제어, 메모리 정책은 의도적인 설계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학생 A가 학생 B의 답안을 볼 수 있는지 — 이것이 바로 '명시하지 않으면 누락되는' 종류의 요구사항이다.
5. 체감의 함정 — 자기보고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앞선 근거 대부분이 자기보고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자기보고를 읽는 법 자체가 하나의 주제가 된다.
숙련 오픈소스 개발자 16명에게 246건의 과제를 무작위 배정한 실험이 있다. 개발자들은 시작 전 AI를 쓰면 완료 시간이 24% 줄 것으로 예측했고, 실험을 마친 뒤에도 20% 줄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실측 결과는 19% 증가였다. AI 도구가 오히려 느리게 만든 것이다. 경제학 전문가(-39%)와 머신러닝 전문가(-38%)의 예측도 함께 빗나갔다.
이 결과를 교사 표본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숙련 개발자·성숙한 코드베이스라는 특수 조건이다). 그러나 함의는 옮겨진다 — "훨씬 빨라졌다", "많이 배웠다"는 체감은 그 자체로 효과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 1절에서 소개한 원 연구의 결론이 인터뷰 기반이라는 사실도 이 렌즈로 읽어야 한다.
자기 판단이 AI가 내놓은 숫자에 얼마나 쉽게 끌려가는지를 보여주는 실험도 있다. 대학 교원 214명에게 완전히 동일한 학생 글을 주되, 첨부된 AI 탐지 리포트의 수치만 7%와 87%로 바꿨다. 그러자 리포트 점수(0~100)의 집단 평균이 73.30점에서 51.61점으로 내려갔다. 전체 품질·독창성·언어 표현·논리 구조 점수가 모두 유의하게 하락했고, 빨간색 위험 표시가 붙으면 개입 의도까지 흔들렸다(고탐지 조건에서 강조 유무의 차이 d=1.140). 참가자 중 AI 탐지 도구를 실제로 써 본 사람은 7.5%뿐이었다.
교사가 도구를 만드는 시대에 이 결과가 갖는 뜻은 분명하다. 자기가 만든 도구가 내놓는 숫자를 자기가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 만드는 역량과 의심하는 역량은 함께 와야 한다.
6. 그럼에도 교사가 설계해야 하는 이유
여기까지 읽으면 '그러니 교사는 만들지 말라'는 결론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지 않다. 교사가 설계에 관여할 때 도구가 실제로 달라진다는 증거가 있다.
가장 구체적인 것은 교사가 직접 프롬프트를 작성해 학생-AI 대화를 구성한 K-12 실증이다. 교사 20명(그중 16명이 실제 운영), 39개 학급, 77개 설정, 학생 878명의 대화 1,479건을 분석한 결과, 71%의 대화가 교사 의도대로 진행됐고 크게 벗어난 경우는 1% 미만이었다. 교사가 쓴 몇 줄이 AI의 실제 거동을 규정한 것이다.
동시에 이 연구는 정직하게 격차도 보고한다. 38%의 대화가 교사가 목표한 인지 요구 수준에 미달했고, 높은 수준(DOK 3)을 목표했을 때는 미달률이 50%에 근접했다. 그런데 무엇이 그 격차를 줄이는지도 함께 나왔다 — 명시적인 종료 조건을 넣으면 목표 수준 격차가 0.22만큼 줄었고(p<.001), '직접 답을 주지 말라'는 가드레일을 넣으면 AI가 정답을 제시하는 비율이 8.5%p 낮아졌다.
이것이 교사 주도 설계의 핵심 가치다. 교사는 '무엇을 금지해야 하는지'를 안다. 벤더는 그것을 모른다.
교육과정 설계팀을 다룬 종합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박사학위 연구 14편을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협력적 설계는 전문성 개발과 교육과정 변화의 실행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교사가 역량과 실천을 개발하고 변화에 대한 소유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변화의 기제로 지목된 것이 소유권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교사가 설계에 들어오면 요구사항의 종류 자체가 달라진다는 기록도 있다. 미국 K-12 교사 11명과 진행한 공동설계 연구에서 교사들이 요구한 것은 화려한 기능이 아니라 수업 시간표에 맞출 수 있는 유연한 프로젝트 기간, 학생 개별화교육계획(IEP) 데이터의 익명화 처리, 교사용과 학생용으로 나뉜 이중 루브릭이었다. 그리고 교사들은 자신의 역할을 대체하지 않으면서 전문성을 신장시키는 방향을 일관되게 요구했다.
다만 반드시 함께 밝혀야 할 공백이 있다. 이번 조사 범위에서 "직접 만든 교사가 사용법만 배운 교사보다 더 변한다"를 직접 검정한 통제 비교 연구는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 방어 가능한 진술은 여기까지다 — 설계에 참여한 교사들은 신념과 실천의 변화를 보고하며, 제안된 기제는 소유권이다. 그 이상은 아직 근거가 없다.
7. 연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만들면서 배우는 연수'가 좋다는 주장은 연수 효과 연구의 축적된 결론과 맞물릴 때만 힘을 갖는다. 그 결론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영국 교육기부재단이 초록 3,140건을 선별해 최종 104편·205개 효과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 교사 연수가 학생 표준화 시험 점수에 미친 평균 효과는 0.05 표준편차였다. 약 1개월분 진전에 해당한다. 그런데 같은 분석의 하위 결과가 실무적으로 훨씬 중요하다 — 효과적 기제를 하나도 포함하지 않은 프로그램의 효과크기는 0 근처였고, 14개 기제를 거의 모두 포함한 프로그램은 0.17(약 2개월분)이었다. 연수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했느냐가 결과를 가른다.
128편·356개 효과크기를 종합한 또 다른 메타분석은 더 직설적이다. 평균 효과크기는 0.09였지만 95% 예측구간이 −0.15에서 0.32로 음수를 포함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흥미롭게도 연수 시간도, 강사의 유형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예측 변인이 아니었다."
실험연구 46편만 모은 메타분석은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교사 수준 성과의 통합 효과는 0.52 표준편차였는데, 학생 성취와 연결된 것은 수업 실천의 변화(1 SD 개선당 학생 성취 0.24 SD, p<.01)였고 교사 지식의 변화는 유의하지 않았다(0.08 SD). 접촉 시간과 교사 성과 사이에도 유의한 연관이 없었다.
세 연구가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 시수를 늘리는 것으로는 안 되고, 교사가 '아는 것'이 늘어나는 것으로도 부족하며, 수업 실천이 실제로 달라져야 학생에게 닿는다. 교사가 도구를 만드는 활동은 정의상 '아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실천'이므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다만 그 실천이 수업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했을 때의 이야기다.
그런데 정작 AI 연수 자체의 증거는 얇다. 사전등록·PRISMA 절차로 3,406건을 선별해 21편을 종합한 체계적 리뷰의 결론은 이렇다. 교사 수준에서는 지식·태도·실천의 긍정적 변화가 대체로 보고되지만, "학생 수준 성과에 대한 증거는 희소하며, 작은 긍정적 효과를 보고한 단 한 편의 연구에 한정된다." 국가가 1만 명을 연수시키는 동안 학생에게 도달한 근거는 한 편이다.
그렇다면 '만들기'를 연수에 넣을 때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가. 학부생 31명·9개 팀이 참여한 9시간 바이브 코딩 해커톤 연구가 실용적인 답을 준다. 참가자들은 빠른 프로토타이핑과 학제 간 협업을 해냈고 프롬프트 기술을 익혔지만, 동시에 아이디어 단계의 조기 수렴, 재작업이 필요한 고르지 못한 코드 품질, 핵심 소프트웨어 공학 실천에 대한 제한적 관여가 관찰됐다. 결론은 이렇다 — 이런 행사는 "발산적 사고, AI 산출물에 대한 비판적 평가, 운영 품질에 대한 현실적 기대라는 명시적 스캐폴드가 함께 제공될 때" 가치 있는 저위험 학습 환경이 된다.
교사 설계팀 40명을 12일간 관찰한 연구는 비계의 양이 칼날 위에 있음을 보여준다. 안내 없이 두면 팀은 평가와 목표를 먼저 설계하는 대신 곧바로 차시안 초안 작성으로 흘렀다. 저자들의 문장이 이 문제를 압축한다 — "방향을 너무 많이 주면 교사는 소유권 감각을 잃는다. 너무 적게 주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느낀다."
8. 학교에 남기는 법 — 법, 인프라, 시간, 그리고 다음 사람
만든 도구를 교실에서 실제로 쓰려면 기술이 아니라 제도를 통과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관문이 꽤 구체적이다.
첫째, 교육자료 선정 절차다. 교육부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협의해 마련한 「학교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학습지원 소프트웨어 선정을 위한 기준 안내」(2025년 12월)에 따르면, 「초·중등교육법」 제29조의2에 따라 학교장이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를 교육자료로 선정할 때는 정해진 기준을 따르고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적용 대상은 ① 학생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② 교과 성취기준과 관련된 학습콘텐츠를 포함하는 경우다. 필수기준은 최소처리 원칙, 안전조치 의무, 열람·정정·삭제·처리정지 절차, 만 14세 미만 아동 보호, 보호책임자·제3자 제공·위탁 등 5가지다. 교사가 만들었다는 사실이 이 절차를 면제해 주지 않는다.
둘째, 개인정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활용을 위한 개인정보 처리 안내서」(2025년 8월)는 서비스형 LLM(API)을 쓸 때 이용자 데이터의 보관·재이용(AI 학습 포함) 여부와 국외 이전 여부를 사전에 검토하라고 적는다. 특히 개인용과 기업용 라이선스의 기본값이 다르다는 점을 표로 대비한다 — 개인용은 대화기록 저장이 가능하고 기본적으로 학습에 활용(opt-out 가능)되는 반면, 기업용 API는 입출력값을 저장하지 않고 학습에 쓰지 않는 것이 기본값이며 데이터 처리 부속서(DPA)를 포함한 개별 계약이 필요하다. 교사가 개인 API 키를 교실 도구에 그대로 꽂는 가장 흔한 구성이 왜 위험한지가 여기서 나온다. LLM 서버가 해외에 있다면 개인정보 보호법 제28조의8의 국외 이전 규율도 함께 걸린다. 실제로 통화 녹음·요약 서비스에서 국외 이전 고지가 누락돼 제재된 사례가 안내서에 인용돼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교육 교사용 가이드라인」(2025년 2월)은 더 실무적이다. 만 14세 미만 학생은 법정대리인 동의를 받아야 하고, 그 확인 방법(문자메시지 확인, 서면 발급·서명 날인, 전자메일)까지 규정한다. 만 14세 이상이라도 수집·이용, 제3자 제공, 목적 외 이용, 민감정보 처리, 식별정보 처리에 대해 항목별로 각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안전 조치로는 대화 기록 및 학습 기능 비활성화, 개인정보 익명화·가명화, 권한 목록 점검을 든다. 그리고 이 문서는 스스로 한계를 밝힌다 — "교육기관의 네트워크 환경, 보안 정책에 따른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 접근성 제약 가능."
셋째, 저작권이다. 저작권법 제25조는 수업 목적의 저작물 이용을 허용하지만 세 가지 제약이 함께 온다. ① 이용 주체가 '학교·교육기관'이지 교사 개인이 아니고, ② 원칙은 '일부분'이며 전부 이용은 부득이한 경우에 한정되고, ③ 공중송신하는 경우 제12항에 따라 기술적 조치 의무가 자동으로 붙는다. 시행령 제9조가 그 조치를 구체적으로 정한다 — 수업을 받는 자 외에는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접근제한조치, 복제방지조치, 저작권 보호 경고문구 표시다. 링크만 알면 누구나 들어오는 공개 URL 구성은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 자작 도구에 학급 코드나 계정 승인 같은 인증이 사실상 강제되는 셈이다. 다만 보상금은 고등학교 이하에서 면제되므로, 초·중등 교사의 실질 부담은 돈이 아니라 접근통제 설계다.
수업자료·기출문제를 모아 AI에 학습시키거나 검색 인덱스를 만드는 경우는 또 다른 영역이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저작권위원회의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2026년 2월)는 "AI 학습에 보호되는 저작물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은 변형적일 수 있지만, 이용 목적, 출처, 결과물에 대한 통제 방식, 그리고 시장 영향 등에 따라 공정이용 인정 여부가 달라짐"이라고 적고, "공정이용 해당 여부는 개별 사안에서 법원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판단"된다고 명시한다. 비영리 교사가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며, 일본과 달리 한국에는 별도의 데이터 마이닝 면책 규정이 없다. 만들기 전에 안전을 확정할 방법이 없다는 구조적 불확실성이 남는다.
넷째, 인프라다. 교육부의 「초중등 디지털 인프라 개선계획」은 스쿨넷이 교육청을 경유하는 전용회선(폐쇄망) 구조로 운영된다고 설명한다. 학교마다 외부 도메인·API 호출이 다르게 막히는 이유가 여기 있고, 그래서 정부가 학내 무선망을 스쿨넷에서 분리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같은 문서의 현장 설문에서 교사들은 디바이스·주변기기 관리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45.8%)고 답했고, 77.1%가 테크매니저의 학교 지원 필요를 꼽았다. 정보교사 한 명에게 학내 모든 기기와 네트워크 관리가 쏠려 있다는 지적도 함께 실려 있다.
다섯째, 시간이다. TALIS 2024 국내 결과에서 한국 교사의 주당 총 근무시간은 43.1시간(OECD 41.0시간)이고 수업은 18.7시간(OECD 22.7시간)인데, 행정 업무가 8.0시간으로 OECD 평균 4.7시간보다 3.3시간 많다. 도구를 설계하고 만들고 고치는 시간은 이 구조 위에 얹혀야 한다.
여섯째, 비용이다. 경기도 조사에서 유료 구독료를 본인이 부담한다는 응답이 초등 25.08%, 중학교 27.16%, 고등학교 35.16%였다. 교사가 만든 도구가 API를 호출하면 그 비용도 같은 지갑에서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일곱째, 그리고 가장 자주 잊히는 것 — 다음 사람이다. 여름 집중연수에 참여한 교사 41명을 추적한 연구는 참가자들의 지식·신념·실천이 바뀌었다고 보고하면서, 동시에 "교사들은 배운 것을 학교 동료와 공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참가자 대다수는 그런 상호작용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적는다. 참고로 그 연수는 771명이 지원해 20~25명이 선발된 자리였다. 만드는 교사는 원래도 소수인데, 그 배움이 옆자리로 건너가지 않는다.
교사 설계팀을 3개 학년도에 걸쳐 추적한 연구는 지속의 조건을 지목한다 — "지속가능성에는 특히 학교장의 지원이 결정적"이며, 학교 기반 활동이라도 외부의 지원이 장기 지속에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사 13,267명의 온라인 자료 공유를 분석한 연구는 더 냉정하다. 확산은 멱법칙을 따라 극소수만 크게 퍼지고, 자료 하나당 재공유 중앙값은 약 5회였으며, 도달 범위를 좌우한 것은 자료의 질보다 제작자의 네트워크 위치였다.
국내 근거도 같은 방향이다. 에듀테크 활용 선도 교원 10명을 면담한 연구는 "일부 교사에게 편중된 과중한 에듀테크 관련 업무부담"과 교사 간 활용 격차 심화를 방해요인으로 지목하고, 해법으로 협력적 커뮤니티 형성과 수업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업무 조정을 든다. 고교학점제 대응 교사학습공동체(교사 15명·6개월)는 교과 자료집 4종을 산출하며 전문성을 체득했다고 보고하면서도, "선행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어려웠고 시간적 압박을 느꼈다"고 함께 적는다.
미국 학교 정보화 책임자 협의체(CoSN)가 2026년 6월 내놓은 K-12 바이브 코딩 지침은 이 모든 것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자유롭게 프로토타입하되, 신중하게 배포하라(Prototype freely, deploy carefully)." 이 지침은 교사 자작 도구에 대해 학교가 물어야 할 질문을 나열한다 — 누가 유지보수하는가, 누가 버그를 고치는가, 누가 업데이트를 검토하는가, 누가 학부모 문의에 답하는가, 그리고 만든 교사가 학교를 옮기면 어떻게 되는가. 순환전보가 일상인 한국 공립학교에서 이 질문은 더 무겁다.
9. 교실에서 쓸 수 있는 여덟 가지 원칙
지금까지의 근거를 학교에서 실행 가능한 형태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1. 프로토타입과 배포를 분리한다. 교사 개인이 자유롭게 만드는 단계와, 학생 계정·데이터가 들어가는 단계를 제도적으로 나눈다. 후자는 학습지원 소프트웨어 선정 기준과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의 대상이다.
2. 학생 데이터를 넣기 전에 멈춘다. 개인 API 키가 아니라 데이터 처리 계약이 있는 경로를 쓰고, 대화 기록 저장·학습 활용을 끄고, 국외 이전 여부를 확인한다. 가능하면 학생 식별정보를 애초에 도구에 넣지 않는 설계가 가장 안전하다.
3. 접근을 닫아 두고 시작한다. 수업 자료를 다루면 저작권법 시행령이 요구하는 접근제한·복제방지·경고문구가 사실상 최소 요건이다. 공개 URL로 열어 두지 않는다.
4. 명시하지 않은 것은 구현되지 않는다. '누가 누구의 데이터를 볼 수 있는가'를 프롬프트에 문장으로 적는다. 격리와 접근 제어는 요청하지 않으면 생성되지 않는 대표적 요구사항이다.
5. 작동 확인과 안전 확인을 따로 한다. '학생이 써 보니 잘 된다'는 기능 확인일 뿐이다. 채점·계산이 들어간 도구는 정답을 아는 사례 여러 건으로 역산 검증한다. 침묵하는 실패는 오류 메시지를 남기지 않는다.
6. 자기가 만든 도구를 의심하는 절차를 넣는다. 도구가 내놓은 점수·판정을 교사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최종 판단 전 원자료를 다시 보는 단계를 규칙으로 만든다.
7. 연수는 시수가 아니라 구조로 설계한다. 코칭, 동료 협력, 실행 후 피드백, 수행 기준이 들어간 설계가 효과를 가른다. 성과 지표도 '만족도·자신감'이 아니라 수업 실천의 변화로 잡는다.
8. 처음부터 다음 사람을 정한다. 유지보수 담당, 인수인계 문서, 학교 계정 소유, 폐기 시점을 만들기 전에 정한다. 정해지지 않은 도구는 만든 교사가 떠나는 날 함께 사라진다.
10. 이 특집을 읽는 법
마지막으로 근거의 지위를 정리해 둔다.
- 1절의 원 연구는 arXiv 프리프린트(동료심사 전)이며 교사 3명의 단일 사례연구다. 절차 모형으로 읽어야 하고 효과 근거로 인용해서는 안 된다.
- 가장 잘 검증된 것은 위험 쪽이다. 보안·품질 관련 수치는 여러 독립 연구가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다만 대부분 교실이 아닌 일반 소프트웨어 맥락에서 측정됐다.
- 교사 주도 설계의 효과를 통제 비교로 확인한 연구는 이번 조사 범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이 공백 자체가 현재 상태다.
- 국내 증거는 얕고 표본이 쏠려 있다. 검증된 국내 자료는 선도교원·마스터교원·자발적 연구회 등 이미 앞서가는 교사 집단이 대부분이다. 다만 시간 압박, 업무 편중, 협력 커뮤니티의 필요라는 조건 진술은 서로 다른 연구가 수렴하므로 비교적 안전하게 인용할 수 있다.
원 연구의 결론 문장이 이 특집의 결론이기도 하다. "AI 보조 바이브 코딩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민주화했지만, 맥락적 전문성을 갖고 의미 있는 문제를 식별하는 인간의 통찰은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 여기에 한 문장을 덧붙일 수 있다 — 만들 수 있게 된 것과 만든 것을 책임질 수 있게 된 것은 다르고, 학교가 준비해야 할 것은 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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